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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태양보다 앞서 사는 도시들

시간대는 타협의 산물입니다. 해가 가장 높이 뜨는 순간은 지구상의 모든 장소마다 다르고, 어떤 시계도 그것을 일일이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세계는 어림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대부분의 도시는 몇 분 정도만 어림되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한 시간 넘게 어림된 도시도 있습니다. 그리고 한번 알고 나면 거리에서도 그 차이가 보입니다.

마드리드가 가장 잘 알려진 사례입니다. 스페인은 1901년에 그리니치 평균시를 채택했는데, 이는 지리에 맞는 선택이었습니다. 스페인 본토는 영국, 포르투갈, 모로코와 같은 경도대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1940년 3월 16일, 나치 독일에 맞추려고 시계를 한 시간 앞당긴 뒤 다시는 되돌리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마드리드는 지금 겨울에는 자기 태양보다 약 75분, 여름에는 약 2시간 앞서 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오후 2시에 점심을, 밤 9시에 저녁을 먹습니다. 하지만 지리대로라면 스페인이 썼을 시간대로는 오후 1시와 8시로,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식사하는 바로 그 시각입니다.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가 각각 약 73분과 65분으로 그 뒤를 바짝 따르는데, 두 도시는 함께 이 자리에 이르렀습니다. 1981년 12월 31일 밤 11시 30분, 말레이시아는 사바·사라왁과의 시차를 없애려고 말레이반도의 시계를 30분 앞당겼습니다. 싱가포르도 같은 순간 같은 변경을 했습니다. 싱가포르는 적도 바로 근처에 있어서, 원래라면 1년 내내 해가 6시에 뜨고 6시에 져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7시쯤 뜨고 7시쯤 집니다.

이스탄불은 64분인데, 다른 길로 여기에 이르렀습니다. 튀르키예는 2016년에 서머타임을 폐지하고 나라 전체를 UTC+3에 영구히 고정했습니다. UTC+3은 동경 45도 자오선에 맞춘 시간대입니다. 그래서 12월 말 이스탄불에서는 8시 30분쯤이 되어서야 해가 뜹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54분입니다. 그 효과는 유명하지만 이유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아르헨티나는 UTC−3을 쓰지만 지리적으로는 UTC−4에 속합니다. 저녁 햇빛이 터무니없이 늦게까지 남고, 저녁 식사는 10시에 시작하며, 식당은 11시에야 손님으로 가득 찹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가 늦게 사는 도시인 것은 기질 때문이 아닙니다. 산수 때문입니다.

라고스는 46분, 바쿠는 40분, 서울과 카라치는 각각 32분, 홍콩은 23분, 토론토는 18분입니다.

이 도시들의 공통점은 이 차이 가운데 천문학자가 만든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입니다. 마드리드의 차이는 외교적 제스처에서 나왔습니다. 싱가포르의 차이는 다른 나라가 내린 결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서울의 차이는 반세기 동안 네 번 바뀐 표준시의 흔적인데, 그중 어느 것도 하늘과는 관계가 없었습니다.

테헤란은 이 점을 거꾸로 증명하는 예외입니다. 이란은 어림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이란은 세계에 몇 안 되는 30분 단위 시간대인 UTC+3:30을 쓰는데, 이는 나라의 기준 자오선이 딱 떨어지는 시차에 거의 정확히 맞도록 고른 것입니다. 테헤란의 시계는 태양 정오와 몇 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 모든 나라의 일정 관리 소프트웨어를 늘 헷갈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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